

| 제목 | "노조가 변하니 생산성 일취월장...'SUV名家' 재건 머잖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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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1.06.24 | 조회수 | |||||||
쌍용자동차 직원들은 유난히 힘겹고 팍팍한 3년을 보냈다. 법정관리 신청과 파업,공장점거 사태 등으로 광풍에 휘말렸던 쌍용차가 모진 풍파를 딛고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월 1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평택공장 등 생산 현장에도 활기가 넘치고 있다. 아직 1교대 체제이긴 하지만 가동률이 1년여 전 60%에서 99% 수준으로 높아졌다. 평택공장 곳곳에는 ‘코란도의 부활은 내 손에서 시작한다’는 비장한 내용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 3월 마힌드라&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면서 2년여의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차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 이유일 사장을 20일 서울 강남의 쌍용차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지난 3월15일 취임한 이 사장은 22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의례적인 환대 대신 솔직하게 실상부터 전하는 그의 표정은 야전사령관처럼 결연해 보였다. 그는 쌍용차의 부활 몸짓에 대해 장밋빛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했다. 아직 가시밭길이 많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얘기였다. 이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제 회사가 정상화된 것이냐”고 묻자 이 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가 마힌드라에 인수·합병된 지 고작 3개월이 됐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마치 회사가 완전 정상화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우리 내부 직원들은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요구사항이 봇물처럼 밀려들고 있습니다. 야당(일부 진보 정치권)과 노동계 등은 ‘회사가 정상화됐는데 왜 휴직 중인 사람들을 불러들이지 않느냐’며 압력을 넣고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 갈길이 멉니다.” 코란도C를 생산하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1라인은 1교대를 기준으로 할 때 가동률 95%, 체어맨과 로디우스를 생산하는 2라인도 1교대를 했을 때 85%,렉스턴을 생산하는 3라인이 제일 잘돼서 130% 정도이지만 2교대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 이 사장은 “만약 지금 휴직자 460명을 복직시키면 400억원 정도의 인건비성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아직도 적자가 나는 판국에 회사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릴 것”이라며 “그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쌍용차가 이번에 무너진다면 회사가 다시 일어서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협력업체 가족 등 수만명을 어떻게 할 거냐”고 그는 반문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가 본격적인 정상궤도에 올라 연산 16만대 체제가 되면 휴직자들을 다시 불러들일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를 차근차근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잠시 침묵한 뒤 말을 이어 갔다. “일각에서는 마힌드라가 돈을 무제한으로 퍼넣을 것으로 아는데 그것은 실상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 그쪽에서는 5225억원의 인수대금을 낸 것이 자기들 역사상 최대 투자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적자 상태인데 마힌드라가 당장고용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감행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었다. 쌍용차 운명은 기구했다. 20여년 사이에만 쌍용차와 대우차, 먹튀논란을 일으킨 상하이차라는 세 주인이 떠난 뒤 마힌드라라는 새 주인을 만났고, 10년도 못되는 기간에 두 차례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겪었다. 실물위기의 신호탄이었던 쌍용차가 이제는 경기 회생의 희망 불빛이 되고 있다는 것은 상전벽해와 같은 큰 변화다. ‘노사화합’이 회생의 파워트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장은 “회사가 여러 번 넘어갔지만 그동안에는 빚을 내서라도 월급을 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월급을 못 받아 보고, 끼니를 걱정하게 됐다”며 “직원들이 회사의 중요성을 절절히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시련을 겪은 쌍용차 노조가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선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전과 시련을 거듭해 왔던 쌍용차 노조는 협력업체 대표들 앞에서 노사분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2009년 9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탈퇴했고 지난해 타임오프제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지난 5월19일에는 자동차업계에서 처음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지었다. 회사측은 아직 적자지만 마음고생이 심한 직원들에 대한 배려로 월 기본급 7만1000원을 인상했다고 한다. “자동차업체 노조 중에서 가장 먼저 아무 문제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했어요. 일부에서는 일시금을 달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이는 없던 일로 됐고 많은 노조원들이 회사가 어려운데 그렇게 임금을 많이 올려줘도 괜찮겠느냐고 얘기했습니다. 노조는 어떤 면에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관리직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심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이권 개입을 전혀 하지 않고 노조가 쓰던 자동차도 싹 반납하고 비용을 확 줄였어요.” 상생의노사관계가 정립된 뒤 자동차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지난해(8만7000대)보다 39.1% 늘어난 12만10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지만 지금 추세라면 목표량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온갖 역경을 딛고 5년 만에 탄생한 신차인 코란도C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중국 시장 재진출이 이뤄졌고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코란도 붐이 일고 있다. 내년 말쯤에는 흑자 전환이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지금 인원으로 연간 12만대의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2009년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2200여명이 12만대를 만듭니다. 관리직 및 연구직까지 포함하면 전 직원이 4400여명입니다. 그전에는 7200명이 12만여대를 만들었어요. 생산성이 그만큼 올라간 겁니다.노동강도가 높아졌는데, 다들 참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전에는 오전 8시30분쯤 직원들이 출근해 9시나 돼야 라인이 돌아갔는데 지금은 8시면 딱 나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직원들이 솔선해서기계를 점검하고 먼지를 쓸어내고, 바닥에 기름칠을 합니다. 현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지요.” 이 사장은 현장(평택공장)에서 살다시피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오전 7시20분부터 정문에 서서 직원들에게 ‘수고하라’며 아침인사를 하면서 활기를 북돋운다. 월요 아침인사회다. 인사회가 끝난 뒤 생산라인을 돌면서 애로를 청취한다. 쌍용차 노조와 사측, 마힌드라그룹간3자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하다. 마힌드라 최고경영자가 오면 꼭 노조위원장을 만나고 이 사장과 셋이 앉아 회사 발전을 위한 토론을 한다는 것. 인도 회사인 마힌드라 그룹과 쌍용차의 문화적 간격은 없느냐고 물어봤다. 이 사장은 “그쪽에서 한국 문화를 많이 이해하려고 한다”고 했다. “제가 아난드 마힌드라 부회장에게 쌍용차를 인수한 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중국(상하이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런 면에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합니다.” 쌍용차와 마힌드라는 시너지 극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마힌드라 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트랙터 제조업체로 인도 이동통신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의리더이기도 하다. 마힌드라 그룹과 쌍용차는 우선 쌍용차 부활의 상징이 되고 있는 코란도C와 렉스턴을 내년 상반기(1~6월) 중 반제품조립(CKD) 형태로 처음 인도 시장에 진출시키며, 연간 2만4000대 정도를 현지에서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힌드라 그룹은 명성 높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내에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힌드라 그룹 CEO들을 위한 ‘마힌드라 유니버스 연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 사장은 마힌드라 그룹이 리더들을 세상을 바꾸는 전략가로 키우는 그룹이라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쌍용차 직원들이공유하는 핵심 가치는 뭘까 궁금했다. 이 사장은 “7월 말쯤 회사의 5년 뒤 비전(2016년)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직원들이 스스로 일하고 싶은 직장의 상(像)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우선 쌍용의 문화를 바꿔야 합니다. 톱다운 식으로 CEO가 끌고 가서는 절대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컨센서스를 이룰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야겠죠. 제가 생각할 때는 기업이 돈을 벌어서기부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회사가 건실해져서 고용을 많이 하는 것도 사회공헌이라고 봅니다.” 이 사장은 “법원에서 연락이 와 쌍용차 법정관리인이 됐는데 아직도 일하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었고, 인생의 마지막 일로 망해 가는 자동차 회사 하나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 하나 갖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신과의 약속대로 쌍용차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데 혼신의 열정을 쏟고 있다.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드는 길만이 명가 재건의 첩경이라는 그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인터뷰 = 예진수 부장대우(경제산업부)jinye@munhwa.com
<출처: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062201033624025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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